사랑의 끝 - 1부

사랑의 끝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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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야! 여기...” 

 

 

 

 

 

연애는 우울한 기분을 잠시 떨쳐보려는 생각에 단짝인 은희에게 전화를 걸었고, 약속 장소인 카페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나왔구나! 더 예뻐진 거 같다.” 

 

“후훗! 어서 와...” 

 

“서방님하고 싸운 건 아니지?” 

 

“기집애도... 그냥 전화 한번 해 본 거야! 연락도 없고 해서...” 

 

“그래, 바쁜 일도 없었는데... 그렇게 됐네... 그렇다고 너까지 연락 안하면 어쩐다요?” 

 

“무어? 오늘 연락했잖어...” 

 

 

 

 

 

 

 

검정색 바지에 흰색 계통의 셔츠를 입고 나온 은희를 보며 자리에 앉기도 전에 연애는 은희와 수다를 떨었고, 이 

 

런 두 사람은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기집애, 노처녀 티가 하나도 안나네.” 

 

“나 참! 그런 넌 어쩌고... 못 살아...” 

 

“후훗, 셔츠 이쁘다! 어디 꺼니?” 

 

“훗! 아는 언니네 가게에서 산 거야. 그런대로 괜찮지...” 

 

 

 

 

 

 

 

은희와는 대학 동창으로, 이학년 여름 써클에서 만나 그 때부터 너무 잘 통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미팅에 

 

서부터 은밀한 부킹까지도 같이 해 보았을 정도로 개방적이었으며 함께 젊음을 누리면서 즐겼던 적이 있었다. 

 

 

 

 

 

 

 

 

 

 

 

“결혼 생각은... 정말 없는 거니?” 

 

“글쎄... 모르겠어.... 벤처기업가와 결혼한 널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훗! 남자가 넘치면 그런 법이야.... 있을 때 잘 해라는 말 알지?” 

 

“그래, 내년이면 서른이라 생각하니.... 벌써...” 

 

“후훗... 영계 찾는 건 아니지?” 

 

“기집애도... 근데, 넌 아직도 피임하는 거니?” 

 

 

 

 

 

당분간 신혼을 만끽하고 싶다면서 피임을 한다는 말을 들어왔던 은희가 연애의 몸을 바라보다 임신 이야기를 꺼내 

 

자,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느낌에 연애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희의 시선을 약간 피하는 

 

듯한 몸짓을 보이고 말았다. 

 

 

 

 

 

 

 

“무슨... 고민 있는 건 아니지?” 

 

“고.. 고민은 무슨....” 

 

“그래... 임신 얘기만 하면 자꾸 피하는 거 같아서...” 

 

“은희야! 그보다... 민규씨 요즘.... 아, 아냐! 차 마시자 우리...” 

 

“너.. 점, 점...” 

 

“아냐, 오래돼서... 그냥 한 번 물어본 거야.” 

 

“너, 혹시...” 

 

“.....” 

 

“연애야! 내 느낌이 아니길 바래...” 

 

“훗... 니가 더 심각한 거 같다.” 

 

“그래! 너 지금 심각하구나... 영진씨와 뭔 일 있는 거 맞지?” 

 

“은.. 은희야...” 

 

 

 

 

 

 

 

사실, 은희는 연애가 결혼한 뒤로 그녀를 가끔 만날 때마다 마냥 행복한 듯 보이는 모습에도 왠지 모르게, 그림자 

 

가 드리워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민규씨 만나 어쩌려고...” 

 

“아.. 아니래도...” 

 

“우린 둘도 없는 친구다. 연애야...” 

 

“하아, 모르겠어...” 

 

“과거는 잊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면서...” 

 

“.....” 

 

“그래서... 영진씨 순수해서 그 게 좋았다던 니가..” 

 

“그만 해! 제발....” 

 

“......” 

 

“아직, 달라진 건 없어...” 

 

 

 

 

 

 

 

 

 

연애는, 카페 분위기로 봐서 이런 심각한 대화를 더 나누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간단한 양식을 주문하여 

 

식사를 대신하였고, 오랜만에 만나 그렇게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워 은희가 타고 나온 흰색 쏘나타를 타고 예전에 

 

한 두번 갔었던 적이 있는, 작지만 풍경이 아름다웠던 그 공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은희와 함께 지나간 얘기들로 웃음 꽃을 피우던 연애는 마치 자신이 학창시 

 

절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잠시에 지나지 않았고 공원을 다시 내려올 때쯤 연 

 

애는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가슴 속에 있던 말들을, 영진과의 결혼 생활에 가로놓인 생각지도 못한 장벽을 은희에 

 

게 우회적으로나마 털어놓고야 말았다. 이에 은희는 상당히 놀라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는 듯이 틈 

 

틈이 연애의 손을 잡아주면서 친구의 아픔을 위로해 주는 것을 잊지를 않았다. 

 

 

 

 

 

 

 

 

 

 

 

“은희야... 잘 가! 고마워...” 

 

“그래, 연애야 힘 내! 시간 내서 연락할게...” 

 

“알았어! 운전 조심하고....” 

 

 

 

 

 

 

 

 

 

은희의 차를 타고 빌라 입구에서 내린 연애는 그렇게 은희와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는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 

 

로 옮겼다. 은색 짧은 치마 위로 연청색 반팔 브라어스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연애의 모습이었지만 문득, 그런 그 

 

녀의 머릿속으로는 한동안 잊혀졌던 그림 같은 기억들이 눈물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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