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왕과 여인

위험한 왕과 여인

꽁허브 0 306

한 여인이 온몸이 훤히 비치는 실크를 입고 있다. 봉긋 솟은 젖몽우리와 앉아 있는 의자 전체를 가리고도 남는 풍만한 엉덩이 살은 여인의 젊음과 원숙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여인의 나이는 27살. 결코 적지도. 많지도 않는 나이. 

적당함을 조금 초과한 젊음이나, 앞으로 펼쳐질 쾌락의 수를 헤아리면 지금의 나이는 한없이 어리게 느껴질 뿐이다. 여인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상태를 체크했다. 

1차, 2차 검사를 받고 최종 대기방에 있는 그녀이지만 조심스러울밖에 없다. 

이 방을 넘으면 그곳은 바로 왕의 침실이기 때문이다. 

"..그정도면 됬다. 비련." 

그녀의 등뒤로 주름이 한줄 두줄 잡히어 있는 여인이 메마른 어조로 입을 연다. 

"..그렇습니까 .. " 

"너의 몸은 왕께서 흡족하실 정도다." 

"..예.." 

"왕을 모시는데 추호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조심에 조심을 당부하마." 

비련은 그 말을 들으며 왕의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뒤를, 아까 비련에게 충고의 말을 했던 여인이 젊음을 흠모하는 눈빛으로 비련을 바라보았다. 

끼이익 .. 

갈색 메마른 무늬의 문을 열자 비련은 일순 발걸음을 멈췄다. 

착각인가 ..? 라고 생각될정도로 왕의 방안은 달랐다. 

자신이 사는 세계와 왕이 사는 세계가 별개란 점을 증명하는듯 했다. 

그만큼 왕의 방은 지나칠정도로 호화스러웠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찼다. 곳곳엔 나신의 여성이 금으로 도색된 동상이 서 있었고 주변엔 금화가 바닥의 재질이라 할정도로 넘쳐나 뿌려져 있었다. 이 모든것이 겨우 왕의 침실 안에 채워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 

이것들이 백성들의 피이며 살점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나라의 사정은 왕의 방 안처럼 풍요롭지 못하다. 

빈곤과 가난에 허덕이는 백성들이 그득하다. 그러한 처지들이 각자 기구한 삶을 사는 이 나라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려도 전혀 이상치 않을 나라. 

이 왕의 방은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린 백성들의 피가 딱딱하게 굳어져 금빛 동상과 금화들로 만들어진것 같았다. 

' 나는 .. ' 

비련은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이런 호사스러운 삶을 누려본적 없이 빈곤한 삶을 지속하다 씁쓸히 돌아가셨다.. 

자신은 우연히 길을 지나던 왕의 눈에 띄어 이곳에 불려온것이고 .. 

어찌보면 이건 기회였다. 

왕의 여자가 될수도 있는 .. 


"왔는가?" 

하얀 커텐으로 둘러쳐져 있는 침대 안 검은 실루엣이 입을 연다. 비련은 알수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왕임을. 

"예. 왕이시여. 소녀. 왕께 왔사옵니다." 

비련은 교육받은대로 답하며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비련은 왕의 말을 잘 알고있다. 말이란 단지 허공에 잠깐 스쳤다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왕의 말은 스쳤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불멸 지속 가능한 힘을 가지었다. 

그렇기에 . 

"오너라." 

왕의 언어가 비련을 떠밀듯이 그녀는 조금 비틀거리며 천천히 침실 안으로 들어간다 . 

"더욱 깊숙히 들어오너라. 천 밖에선 그때 보았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왕의 말에 비련은 천 막을 걷어내며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왕은 감탄을 터트리며 흐뭇한 얼굴을 한다. 

"역시 미색이로구나 .. 내 눈은 틀리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예.. 왕이시여.』 

순간 비련은 화들짝 놀란다. 침대 옆엔 쪼구려 앉아있는 등이 굽은 노인이 있기 때문이다. 노인은 흰 머리만을 내보인채 땅에 펼쳐져있는 양피지 만을 들여다보고 있다. 

"후훗 . 걱정마라. 나의 서기(書記)다. 나의 말을 한치도 놓치지 않고 적기 위해 있는 놈이지. 덕분에 나의 말은 한글자 흐트러짐없이 아래것들에게 전해진다. 나만의 방식이지." 

"예 ... 왕이시여 .." 

"어차피 시력도 나쁘어 이렇게 양피지 앞에 코를 박듯이 있어야 겨우 글씨가 보이는 노친네다. 염려치말고 올라와라. 얼굴은 봤으니 이제 몸을 봐야지 않겠나?" 

옷은 속살을 비추고 있다. 그럼에도 몸을 본다는 뜻은 그런 뜻일터다. 

비련은 왕의 말을 서기처럼 받아적지는 않으나 머릿속으로 받아적고 있었다. 

"알겠사옵니다 . " 

비련은 하얀 천 위를 무릎으로 즈려밟고 왕의 품으로 다가간다. 그러며 느끼었다. 왕은 말로써 전해지었던 것보다 사실은 왜소하고 궁핍해보이는 체격임을. 그러나 기름기가 느끼어졌다. 이 기름기는 왕의 피부에서 나온것일까. 아님 백성의 살점에서 나온것일까. ... 

"왕이시여." 

"으흠?" 

"소녀. 한가지 궁금한것이 있사옵니다... " 

"무엇이지 ?" 

"뜬금없지만 .. 뜬금없는 질문이고 .. 왕께서 듣기엔 천박할지 모르는 소녀의 궁금증이옵니다 .." 

"............?" 

"백성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서기의 손놀림은 빨라지고 왕과 비련 사이엔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곧 왕의 입꼬리가 꿈틀대며 크하핫! 웃음보가 터져나온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왕의 웃음소리와 함께 서기의 손놀림은 거칠어진다. 웃음소리마져 옴겨적는듯 하다. 

"......하하.. 정말.. 누구에게도 듣지못한 질문을 들었도다. 역시 내 눈은 정확해. 넌 흥미롭다. 몸을 품기도전에 짐의 마음에 쏙 드는 년이로구나." 

"..죄, 죄송합니다 .. 제.. 제가 왕의 심기를 .." 

"아니, 심기를 건드린건 없다. 여자여. 그럼 몸을 잡수어보지. 벗거라." 

비련의 질문은 왕의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은듯 오히려 비련을 재촉한다. 비련은 즉시 옷이되 옷도 아닌 옷을 벗어버린다. 그러자 더욱 윤곽을 더해가는 유려한 몸이다. 왕은 바로 좆을 세우며 비련을 끌어안는다. 비련은 무너지듯 왕의 몸에 기울어 엎어진다. 

왕은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끌어안으며 실제의 감촉에 만족해했다. 

"흐으 .. 제법 나잇살도 먹은 년이 이런 요사스러운 몸뚱아리를 그동안 감춰두었었다니 . 짐이 아니었다면 그 몸. 썩은 도시에서 썩어문드러졌을 것이다. 짐의 안목에 감사해라." 

".........예 .. 왕이시여." 

"그리고 아까 .. 내게 물었지? 백성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 

"........!" 

비련은 놀란다. 왕이 그 질문에 답해주서가 아닌 강하게 젖꼭지를 물어뜯는 왕의 이빨 때문이다. 살점이 뜯겨져나갈 고통이 비련의 입안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하지만 표정은 온화하다. 

"백성은.. 우물 .. 먹는거다. 내가 네 년의 젖꼭지를 씹듯이.. 그리고 .." 

말하며 입을 떼는 왕이다. 왕의 이빨사이엔 분홍빛 살점이 조금 묻어있다. 그러며 이번엔 갑자기 비련의 양다리를 양손으로 번쩍 펼쳐보인다. 그 사이로 하체를 밀어넣는 왕이다. 비련은 조그마한 신음을 흘려댔다. 성적쾌감 때문이 아닌 고통 때문이다. 

"백성들은 몰라. 짐의 고뇌를. 백성들은 항상 나에게 원하고 갈구한다. 하지만 웃긴다. 감히 백성들이 짐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갈구한다는 자체가. 그렇기에 먹는거다. 조금이라도 내앞에 고개를 드는 자들은. 감히 고개를 들수도 없게. 이렇게-." 

왕의 성기가 비련의 음부를 파고든다. 파열음이 두 구멍안에서 들려온다. 

"짐의 좆이 네년의 보지를 잡아먹듯이.. 흐흐 .. " 

"............" 



정사가 끝난후 . 

비련은 다리사이에서 하혈을 하고 있고 왕은 뒤돌아 누워있다. 왕은 입에 문 담뱃대를 빨고 있다. 

"잠시 자고 나서 다시 하자꾸나. 오랜만에 하니 몸이 피곤하군." 

"............." 

담뱃대를 바닥에 내려놓는 왕은 곧바로 잠을 청한다. 비련은 상체를 일으켜 왕을 본다. 왼쪽 젖꼭지 사이로 연신 피가 흐르고 있다. 비련은 뒤돌아 놓은 왕을 본다. 왕은 비련을 보고 있지 않다. 비련은 왕을 본다. 왕은 비련을 보고 있지 않다. 비련은 왕의 목을 조른다. 

비련은 왕이 문 담배가 마약임을 알고있다. 

그럼에 목을 조른다. 

왕은 가만히 있다. 약에 취한듯. 

비련은 뺨위로 눈물을 흘리며. 

묻는다. 


"백성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왕은 대답이 없다. 죽은 것이다. 

손을 떼는 비련은 약에 취한듯이 눈이 풀려있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가만히 쓰러져 죽은 왕을 볼뿐이다. 

그 아래론 서기가 바쁜 손놀림으로 양피지 위에 하나의 단문을 휘갈겨 쓴다. 


- 폭군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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